물을 다 잠갔는데 수도 계량기가 돈다면 — 옥내 누수 자가 확인과 요금 감면까지
집 안 물을 전부 잠근 뒤 계량기가 계속 돌면 어딘가에서 새고 있다는 뜻입니다. 밸브를 하나씩 잠가 구간을 좁히는 순서와, 수리 뒤 요금 조정을 받기 위해 미리 챙겨 둘 증빙을 정리했습니다.
수도 계량기의 은색 별 모양 원판은 물이 흐를 때만 돕니다. 집 안의 수도꼭지를 전부 잠갔는데도 이 원판이 계속 돌고 있다면, 어딘가에서 쓰지 않는 물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옥내 누수는 대개 이렇게, 물이 새는 자리를 보기 전에 계량기에서 먼저 발견됩니다.
계량기 앞에서 5분, 가장 먼저 할 확인
확인 방법은 단순합니다. 집 안의 모든 수전과 세탁기·식기세척기·정수기를 멈추고, 변기 물도 내리지 않은 상태로 계량기 뚜껑을 엽니다. 원판이나 맨 끝자리 숫자를 사진으로 찍어 두고 20~30분 뒤 다시 봅니다. 눈금이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계량기 이후 구간, 즉 우리 집 책임 구간에서 물이 새고 있는 것입니다.
이때 두 가지를 헷갈리지 말아야 합니다. 첫째, 변기 물탱크에서 변기 안쪽으로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물도 계량기를 돌립니다. 이것은 배관 누수가 아니라 탱크 부속 문제입니다. 둘째, 온수를 쓰지 않아도 보일러가 자동으로 물을 보충하는 순간이 있어 원판이 잠깐 도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30초가 아니라 30분을 두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새는 구간을 반으로 자르는 순서
계량기가 돈다는 것까지 확인했으면 다음은 어느 구간인지입니다. 집 안 배관은 밸브를 기준으로 몇 토막으로 나뉘어 있고, 밸브를 하나씩 잠가 가며 계량기가 멈추는 지점을 찾으면 범위가 절반씩 줄어듭니다.
- 세대 현관이나 다용도실의 메인 밸브를 잠급니다. 그래도 계량기가 돈다면 계량기와 메인 밸브 사이, 즉 인입 구간의 문제입니다.
- 메인을 열고 욕실·주방의 앵글밸브를 차례로 잠급니다. 어느 하나를 잠갔을 때 원판이 멈추면 그 기구 쪽이 범인입니다.
- 온수 분배기가 있는 집이라면 난방 쪽과 급탕 쪽을 나눠 잠가 봅니다. 난방수는 계량기를 돌리지 않지만, 보일러 보충수로 채워지는 만큼은 결국 계량기를 지나갑니다.
여기서 밸브가 뻑뻑하다고 힘을 주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몇 년 만에 처음 돌리는 오래된 밸브는 그 자리에서 부러지거나 새기 시작하는 일이 있어, 확인 작업이 그대로 교체 공사가 되어 버립니다.
보이지 않는 누수가 숨는 자리
바닥이나 벽 속에서 새는 물은 젖은 자국으로 바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대신 다른 신호를 남깁니다. 물을 다 잠근 조용한 밤에 벽에 귀를 대면 쉬익 하는 소리가 들리거나, 겨울도 아닌데 특정 바닥 부분만 미지근하다면 온수 배관 누수를 의심합니다. 아랫집 천장에 얼룩이 번지기 시작했다면 이미 상당 기간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계량기가 전혀 돌지 않는데 물자국만 있다면 급수 누수가 아닙니다. 배수관에서 새거나, 여름철 차가운 배관 표면에 맺힌 결로일 수 있습니다. 계량기 확인은 이 갈림길을 가르는 가장 값싼 도구입니다.
고지서가 먼저 알려 주는 경우
계량기를 들여다볼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는 대개 요금 고지서입니다. 생활 방식이 그대로인데 사용량이 지난달의 두세 배로 찍혔다면, 그 사이 어딘가에서 물이 계속 흘렀다는 기록입니다. 고지서에는 보통 최근 몇 개월의 사용량이 함께 표시되니, 어느 달부터 꺾여 올라갔는지 보면 누수가 시작된 시점을 대략 잡을 수 있습니다.
사용량이 조금씩만 늘었다면 계절 요인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 번 늘어난 뒤 다시 내려오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면, 사람이 쓰는 물이 아니라 계속 새는 물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의 사용량은 달마다 오르내리지만 누수는 일정하게 흐르기 때문입니다.
수리 뒤에 챙길 요금 감면
누수로 흘려보낸 물도 계량기를 지났으니 요금은 그대로 부과됩니다. 다만 대부분의 지자체 상수도사업소는 옥내 누수로 확인된 사용량에 대해 요금을 조정해 주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신청 조건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누수를 실제로 수리했을 것, 수리한 사실을 증빙할 수 있을 것, 그리고 정해진 기간 안에 신청할 것입니다.
그래서 수리를 맡길 때 챙겨야 할 것은 영수증만이 아닙니다. 어디가 어떻게 새고 있었는지 보여 주는 사진, 교체한 부위와 자재가 적힌 수리 확인서가 함께 있어야 신청이 수월합니다. 벽을 다시 막고 도배까지 끝낸 뒤에는 남는 것이 없습니다. 감면 폭과 대상 기간은 관할 사업소에 직접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자가 확인이 끝나는 지점
여기까지가 도구 없이 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구간까지 좁혔는데 새는 자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는 배관에 압력을 걸어 떨어지는지 보는 시험이나 청음·열화상 같은 탐지 장비의 몫입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벽과 바닥을 최소한으로 열고 정확한 위치를 찍는 것입니다. 짐작으로 파기 시작하면 누수 수리비보다 복구비가 커집니다.
계량기가 돌던 시점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정보입니다. 언제부터 돌았는지, 어느 밸브를 잠갔을 때 멈췄는지, 소리가 들리는 벽은 어느 쪽인지 메모해 두면 탐지 시간이 줄고, 그만큼 열어야 할 자리도 줄어듭니다. 반대로 아무 기록 없이 부르면 첫 시간은 지금 이 글에 적은 확인을 그대로 다시 하는 데 쓰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새는 물이 하수구로 조용히 빠지는 구조라면 젖은 자국도 소리도 없이 몇 달이 지나갑니다. 이사한 집이거나 오래 비워 둔 집이라면, 문제가 없어 보여도 한 번쯤 모든 물을 잠그고 계량기를 30분 지켜보는 편이 좋습니다. 5분 남짓 드는 이 확인이 벽을 뜯는 공사와 몇 달치 요금 사이를 가릅니다.